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오늘날 헤즈볼라는 어떻게 변했나? - BBC News 코리아 (2024)

연이은 주요 인물 암살과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그 배후의 이란 간엔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위해선 우선 레바논에 기반한 무장 단체이자 시아파 이슬람주의 정당이기도 한 ‘헤즈볼라’의 군사적 능력과 이스라엘과의 갈등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지난 2006년 7월 벌어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의 18주년을 맞은 현재, 양측은 서로가 결의안을 위반했다며 비난하고 있다.

지난 10개월간 벌어진 소모전 끝에 새로운 전면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스라엘은 공군력, 정보력 측면에서 우위를 지니며, 헤즈볼라는 막대한 미사일 보유량과 드론의 군사적 사용 능력 등을 자랑한다.

만약 양측이 전면전으로 치닫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선 두 가지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 봐야 한다. 2006년 7월 전쟁에서 얻은 교훈과 지난 10개월간 매일 벌어지고 있는 양측 간 충돌이다.

이스라엘은 훨씬 우월한 공군력을 자랑한다. 레바논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을 정도지만, 이스라엘 군은 수십 년간 자국이 벌였던 전쟁 중 가장 길게 이어지고 있는 전쟁, 즉 가자 지구 전쟁으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헤즈볼라의 경우,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최고 군사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와 유명한 지도자 3명 등을 포함해 지금껏 350명 이상의 전투원이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수년간의 시리아 내전으로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은 지휘관들을 바탕으로 그 어떠한 전면전이 발발하더라도 맞서 싸울 것이다.

이란으로부터 재정적, 군사적 지원을 받고 있는 헤즈볼라는 미국, 영국 등 다수의 서방 국가 및 일부 아랍 국가에선 테러 조직으로 분류된다.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를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합법적인 저항 세력으로 간주한다. 심지어 레바논 국내에서 헤즈볼라는 의회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어엿한 정당이다.

때는 지난 2006년, 헤즈볼라가 국경을 넘어 습격해 이스라엘 군인 8명을 살해하고, 2명을 납치하는 한편 포로 교환을 요구하면서 양측은 전면전에 돌입하게 된다.

이 지역 관측통들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현재 이어가는 소모전이 앞으로 전면전으로 번진다면 이스라엘이 지난 2006년과 똑같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공중에서 집중적으로 공세를 퍼부은 뒤 지상전을 펼치는 방식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병력, 무기 등에서 온갖 노력을 쏟아부었으나, 납치된 군인 2명을 구출하고 헤즈볼라를 군사적으로 궤멸시키겠다는 두 가지 목표 달성엔 실패했다.

이 2006년의 전쟁은 34일간 지속되다가 같은 해 8월 11일, 교전 행위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1701호가 만장일치로 채택되면서 중단됐다.

이스라엘이 공세를 멈춘 직후인 8월 14일 오전, 헤즈볼라 또한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중단했다.

그리고 현재,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모두 UN 결의안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헤즈볼라의 경우 여전히 무기를 지니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여전히 레바논 영토를 점령하며 레바논 영공을 정기적으로 침공하고 있다.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

지난해 10월 8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진영에 대한 폭격을 시작했다.

헤즈볼라가 밝힌 이유는 “가자 지구에 대한 지원”이었다. 하루 전인 10월 7일, 하마스가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개시해 이스라엘 남부에서 민간인과 군인을 공격했는데, 이스라엘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 지구를 폭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헤즈볼라는 가자 지구에서 휴전 협정이 맺어지기 전까진 계속 공세를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헤즈볼라, 하마스,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IJ), 후티, 이라크 무장 단체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여러 군사 단체가 전략적 동맹 형태로 협력하는, 소위 ‘아레나의 단합(unity of arenas)’ 개념도 구체화됐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쟁에 돌입할 경우 레바논을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긴 하지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당국 모두 전쟁에 대비하면서도 전면전은 피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UN은 이스라엘 북부-레바논 국경 지역 공격으로 인해 레바논에서만 9만 명 이상(대부분 민간인)이 실향민이 됐다고 말한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민간인 100명, 헤즈볼라 대원 366명이 사망했다는 설명이다.

이스라엘 당국에 따르면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인해 이스라엘 측 민간인 6만 명이 피난길에 올라야만 했으며, 민간인 10명을 포함해 33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BBC는 위성 사진 분석 결과 레바논 남부 소재 건물 3200채 이상이 분쟁으로 인해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파괴됐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이스라엘 언론은 이스라엘 북부의 건물 1000채 이상이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가장 까다로운 상대’

영국의 군사 전문가 저스틴 크럼프는 헤즈볼라가 “현시점에선 이스라엘엔 가장 까다로운 상대”일 수 있다며, 만약 확전할 경우 국제 사회가 매우 놀랄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군 출신으로 전략 자문 기업 ‘시빌라인’을 설립한 크럼프는 “오늘날의 헤즈볼라는 2006년의 헤즈볼라가 지녔던 모든 걸 지녔을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양으로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전투원 4만5000명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와 사거리의 포탄, 약 15만 발의 포탄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헤즈볼라의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는 과거 전투원 규모가 10만 명 이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06년 7월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헤즈볼라는 러시아제 ‘코넷’ 미사일을 비롯한 유도 미사일뿐만 아니라 ‘카츄샤’, ‘그라드’ 로켓포, 대전차 미사일 등을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크럼프 분석가는 이스라엘이 공중전에선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헤즈볼라는 까다로운 지형을 유리하게 잘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헤즈볼라는 자신들이 지닌 차량, 미사일 발사대 등을 더 잘 숨길 수 있게 됐다”는 크럼프 분석가는 “그렇기에 이스라엘이 공습만으로는 이스라엘을 향한 헤즈볼라의 미사일 공세를 막기 힘들다. 그렇기에 이스라엘은 아마도 지상전도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가 만약 (이스라엘의) 탱크 지휘관이라면, 절대 헤즈볼라와 이들의 대전차 미사일에 맞서 부하들을 (레바논 남부의) 리타니 강으로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좋지 않을 테니까요.”

미사일 등 헤즈볼라가 지닌 무기는?

헤즈볼라는 해당 무기를 사용하기 전까진 자신들이 보유한 미사일 종류나 구체적인 무기고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발표된 여러 정보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헤즈볼라의 주요 무기 공급원은 이란이며, 이라크, 시리아를 통해 육로로 무기가 이송된다고 한다.

이러한 무기 중엔 이란의 차세대 정밀 미사일인 ‘알마스-3’ 대전차 미사일도 있다.

또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상대로는 최초로 ‘부르칸’ 미사일과, 2015년 시리아에서 사망한 헤즈볼라 지도자의 이름을 딴 ‘지하드 무니예’ 미사일도 사용했다.

영국 카디프 대학교의 교수이자 ‘헤즈볼라: 정치와 종교’의 저자이기도 한 아말 사드는 “오늘날 우리는 2006년 헤즈볼라보다 발전된 버전의 헤즈볼라를 목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드 교수는 “헤즈볼라는 재래식 군의 특성과 비정규 군사 단체의 특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군 그 이상의 존재”라고 덧붙였다.

군사 조직의 규모, 전술의 발달 수준, 훈련의 수준, 헤즈볼라의 전문 특수 부대 보유 여부에 따라 이렇게 분류할 수 있다는 게 사드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러 보유한 무기, 그중에서도 특히 미사일이 중요한 부분이다.

지도자 나스랄라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내부 깊숙한 곳까지 도달할 수 있는 정밀하고도 발전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군사 전문 언론인이자 헤즈볼라와 가까운 레바논 TV 채널인 ‘마야딘’ 소속 분석가이기도 한 알리 자지니는 나스랄라의 이러한 발언은 헤즈볼라가 사거리가 300km에 이르는 단거리 정밀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힌트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헤즈볼라의 거점은 이스라엘로부터 지리적으로 그리 멀지 않기에 이스라엘 군의 대응 시간을 제한할 수 있기에 이러한 유형의 미사일이 헤즈볼라에겐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이란제 ‘젤잘’, ‘파테-110’ 미사일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헤즈볼라가 러시아제 미사일 혹은 그 일부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사진을 통해 밝혀졌다.

크럼프 분석가에 따르면 헤즈볼라가 시리아를 통해 이러한 미사일을 손에 넣었을 가능성도 있으며, 이란이 다수의 러시아제 무기 시스템을 똑같이 따라해 만들기에 헤즈볼라 또한 똑같은 무기를 이란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드론전

미사일 외에도 현대전의 주요 특징으로는 높은 드론 의존도를 꼽을 수 있다. 특히 헤즈볼라는 처음으로 공격용 드론, 즉 미사일을 장착한 일명 ‘급습용’ 드론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크럼프 분석가는 헤즈볼라가 2006년 이전부터 드론 부대를 운영했으나, 당시엔 아예 군사용 드론이었다면서 오늘날 “헤즈볼라는 좀 더 발전되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드론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헤즈볼라는 다른 무장단체, 군대와 마찬가지로 상업용 드론에 좀 더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드론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가운데 자지니는 헤즈볼라가 앞서 이스라엘 북부로 보내 주요 시설 등을 촬영하게 했다고 주장한 드론 등은 군사용 드론이었을 것이라면서, 상업적 드론의 경우 쉽게 전파 교란을 받지 않도록 개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최근 헤즈볼라가 무소음 드론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제 전기 드론인 ‘샤헤드-101’로, 비행 중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아 요격하기가 어렵고, 특히 저고도로 비행하기에 레이더로 감지하기도 쉽지 않다.

헤즈볼라와 가까운 소식통에 따르면 이러한 무소음 드론은 과거 예멘과 이라크 무장 단체들도 사용한 바 있다고 한다.

한편 자지니는 지난해 10월과 오늘날의 헤즈볼라는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군은 신호 정보 분석, 전파 방해, 통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선 기술을 지닙니다. (하지만) 헤즈볼라는 앞서 국경과의 거리가 20km 정도 되는 이스라엘 북부 사페드 지역 등 이스라엘 본토 깊숙이 공격하는 드론을 보내거나, 이스라엘 내부 민감한 시설을 촬영하고 돌아오는 드론을 보낼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기술 발전에 맞서는 과정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교훈을 얻었음을 보여줍니다.”

헤즈볼라가 ‘헤르메스-450’ 또는 ‘헤르메스-900’과 같은 이스라엘제 최첨단 드론을 여러 대 격추하는 모습, 혹은 이스라엘의 전투기를 레바논 영공에서 몰아냈다는 헤즈볼라의 주장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맞서 일종의 공중 억지력을 구축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지나치게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게 관측통의 의견이다.

자지니는 “공중전은 복잡한 사안이다. 왜냐하면 단순히 항공기 하나를 표적으로 삼는 게 아닌, 연속성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간 항공기를 격추하다가 갑자기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나?”면서 “또한 목표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만약 목표가 이스라엘 전투기의 출격 횟수를 줄이는 것이고, 실제로 이렇게 된다면 이 특정 목표는 달성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군이 레바논 영공엔 접근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막을 수 있는 수준엔 결코 도달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전투기의 저고도 비행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이스라엘 공군은 고고도 출격도 가능하기에 헤즈볼라가 실제로 이스라엘 공군의 영공 출입을 막을 순 없다”는 크럼프 분석가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저항의 축’

또한 크럼프는 예멘의 후티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무기도 헤즈볼라가 보유하고 있으며, 하마스나 후티가 보유하고 있는 다른 무기 역시도 헤즈볼라가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들 단체가 훈련, 기술, 무기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으며, 헤즈볼라가 그중에서도 가장 발전된 형태”라는 것이다.

한편 사드 교수는 중동 전쟁 확대 가능성을 예측할 땐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배경인 ‘아레나의 단합’과 이스라엘에 대항해 소위 ‘저항의 축’이라고 불리는 여러 군사 단체에 대해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엔 ‘아레나의 단합’ 같은 건 없었지만, 이제 이들 단체는 오늘날 전략적인 동맹의 형태로 싸우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칭 ‘저항의 축’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여러 군사 단체가 포함되지만, 단체별 정체성은 각각 다르다. 이들 단체 대부분이 미국과 일부 아랍 국가에선 테러 조직으로 지정된 상태다.

레바논 헤즈볼라 외에도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IJ), 예멘의 후티, 이라크 내 무장 단체 등이 포함된다.

이란 외무부가 이스라엘을 향해 “레바논에서 벌이는 행위에 대해선 예상치 못한 반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마당에 이들 단체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확전에 어떤 역할을 할진 아직 미지수다.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지역에선 2006년 전면전이 끝나고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공격하기 전까지 비록 긴장이 이어지고 서로 간 영토 침범이 있긴 했지만, 역사상 가장 긴 평화기가 유지됐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측이 미래에 대해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는 뜻도 아니다. 그리고 곧 이 지역에선 곧 무언가 벌어질 수도 있다.